2016년 3월 21일 월요일

ShirO의 [커피동화] 3화. 처음 보는 붉은 열매.


ShirO [커피동화]
3. 처음 보는 붉은 열매.

`칼렙 아저씨~~~!!`
늠름한 산양을 탄 하얀 소년이 큰 소리로 외치며 산 중턱을 오른다.

`컹컹 아울~~~`
책 읽는 주인 곁에서 졸고 있던 황갈색의 늑대 한 마리가
들려오는 사람 목소리를 경계하며 밖으로 달려나간다.

`아이고 허리야~ 어떤 녀석이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?`
한참 쪼그려 앉아 책을 읽으며 졸고 있던 남루한 행색의 수행자는
안 떠지는 눈을 꿈벅 거리며 고개만 빼서 밖을 내다본다.

`안녕 올롬! 칼렙 아저씨 안녕하셨어요? 저에요 숲 속 마을 칼디!`
`오 그래 양치기 하얀 놈대낮부터 왠 일이야?`
덩치가 꽤나 큰 산양은 문 앞에 거의 다다르자 멈추어 섰고,
집 지키는 늑대는 산양과는 거리를 둔 채로 꼬리를 흔들며
가끔 찾아와 먹이를 주고 놀아 주다 돌아가는 소년에게 반가움을 표시한다.

`설마 너 또, 일하기 싫어서 도망쳐 온 게지?`
안 그래도 고집스러운 인상의 사내는
검게 그을린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고

`에이 아저씨 도망치다니요! 오늘은 정말 보여드릴 게 있어서 찾아 왔다고요.`
한쪽 고삐를 놓으며 펄쩍 뛰어내린 소년은
옆에 찬 주머니를 활짝 열어 보인다.

`짜잔~~~`
`아니 그 붉은 열매는 뭐야?`
홀로 자연을 탐구하는 수행자 칼렙은 그제서야
손님에게 관심을 보이며 허름한 판잣집으로부터 몸을 꺼낸다.

꼬마는 산양들이 깊은 산 속에서 먹고 흥분하여 날뛴 일과
자신이 먹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은 일들을 차분히 이야기했고,
귀 기울여 듣던 사내는 꺽어 가져온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어 들고
붉은 열매를 하나 떼어 엄지와 검지로 뭉개보며 관찰한다.

`음 맛있어 보이는걸....? 체리 같지만 내부가 달라..
마주보고 있는 씨앗이 두 개.. 이것은 분명 처음 보는 형태인걸.`
`네 우리 엄마 아빠도 먹어본 적 없는 열매라고 하셨어요`
꽤나 한참을 심도 있게 관찰하던 칼렙은
이내 한 알을 입에 넣고 굴려가며 검붉은 입술을 오물거린다.

`어때요 아저씨 맛있죠?
이거 우리 집 양들이 계속 먹어도 될까요?`
`하하하 네 녀석이 더 먹고 싶은 것은 아니고?`
침을 꼴깍 삼켜대며 묻는 소년의 물음이 사내는 우스운 눈치다.

`.. 아니에요!`
`과육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나름 달콤한 것이 먹을 만 하군.
열매 안쪽이 좀 아린 게 흠이라면 흠이겠어.. !`
마주보는 두 씨앗이 으깨어져 질겅질겅 씹히기 시작할 때 즈음 사내는
입안 가득 느껴지는 쏘는 듯한 강한 쓴맛에 오만상을 찌부러트린다.

`아이구 아저씨 씨앗까지 드시는 거에요? 많이 쓰던데..`
`.. 크흠.... 신맛과 떫은 맛.. 특히 강한 쓴맛이.. 특이 하네...`
아니나 다를까! `이상한 식성`으로 유명한 칼렙 아저씨는 `우적우적` 소리를 내며
칼디는 써서 다 뱉어버렸던 열매의 씨앗까지 다 먹는 모양이다.

하나, , , .. 꽤나 오랜 시간, 몇 개나 저 입속으로 들어갔을까...
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지켜보던 소년은
그 많던 주머니 속 열매가 거의 다 떨어져 가는걸 보고 깜짝 놀라 외친다.

`~ 아저씨 그렇게 먹지만 말고.. 의견을 좀 말해 달라 구요!`
`시끄러워 임마 어른이 맛보는 중이잖아! 보채지 말어~~`

처음 보는 열매를 먹으며 분석하는 중이 아니라,
공복에 책 읽느라 출출했던 배를 채울 뿐이라는 확신이 든 칼디는

`.. 엄마 말을 들을 걸..`
후회를 했고
`우씨 불한당 아저씨 오늘 밤에 잠 안 올 거에요!`
예언도 했다.

아무런 정보도 소득도 없이 주머니를 탈탈 털린 칼디가
엄마를 부르며 울며 돌아간 그날 밤.

눈이 붉게 충혈된 수행자는 말똥한 정신 뜬 눈으로 밤을 세웠고.
다음날 뜬 해를 보고서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.


(계속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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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6년 3월 16일 수요일

ShirO의 [커피동화] 2화. 엄마의 인제라


ShirO의 [커피동화]
2화. 엄마의 인제라

멀고 먼 옛날.
거대한 산들이 머리 위로 끝없이 터져 솟아오르면.
그칠 줄 모르는 뜨거운 재들은 내리고 또 내려 억 겹을 쌓았다.
오랜 시간을 지나 보내며 서서히 드러난것은
붉게 미소 짓는 드넓은 대지의 얼굴.
생명의 토양은 모든 것을 내어주며
푸른 숲과 대지를 두 팔로 안았고.
그 땅 위를 뛰며 내달린 인간들은
비옥한 감사의 땅. 카파라 이름 지었다. 

그 고원의 어느 깊은 숲 언저리.
칼디네 집 마당에 태양이 떠오른다. 

벌써 엄마는 물 긷고 빵 구워 여섯 식구 아침을 준비했고.
아빠는 형, 누나들을 추려 산으로 일하러 가건만.
밤새워 퀭한 눈, 칼디만 혼자 남아 엄마와 실랑이다. 

"절대 안 돼! 산양들은 오늘 누가 먹이라고?"
"어제 많이 먹여서 오늘은 해놓은 풀들 먹여도 된단 말이에요~"

아침 댓바람부터 궁금하면 못 참는 골칫덩이 막내는
자기가 먹으면 밤새 잠이 안 오고, 
양들이 먹으면 미쳐 날뛰는 이상한 체리를
무엇이든 알고 있는 산속의 칼렙 아저씨에게 가져가겠다고 난리다. 

"아니 네가 만나러 가는 그 칼렙이라는 인간은 산속에 혼자 사는 불한당이라고!"
"하지만 이 빨간 열매를 먹어본 사람은 그 아저씨뿐일걸요?"
"아니 안 먹으면 될 걸 왜 궁금해서 난리니? 
엄마 지금부터 저녁준비 해야 해귀찮게 하지 마"
"엄마 양들이 숫자가 늘어서 낮은 언덕 풀들만은로는 배불리 먹지 못한단 말이에요
먹지 말라고 해서 안 먹는 녀석들도 아니구..."
이것은 거짓말. 9살부터 양을 먹인 칼디는 자기만 아는 풀더미를 서너 곳은더 안다. 

"게다가 그쪽은 절벽도 가팔라서 위험하단 말이야"
"괜찮아요. 제일 힘이 센 앙가를 데려갈게"
"푸르르르럭"
멀쩡히 풀을 먹던 우두머리 산양 앙가. 갑자기 먹던 풀을 토해내며 헛기침이다. 

"앙가라면 어느 높은 곳도 다녀올 수 있겠지만 네가 떨어져 다치면 어떻게 하려고.."
"엄마 나도 이제 다 컸어 이것봐"
다리와 양팔을 벌리고 작은 알통을 불끈 불끈해대며 깡충깡충 땅에 발길질해댄다. 

"하여간 너 팔꿈치, 무릎, 엉덩이, 얼굴, 머리 한군데라도 터져오기만 해봐라!"


우두머리 산양 앙가는 등 고삐를 꼭 쥔 칼디를 태우고 달린다.
끝없이 이어진 높은 절벽.
펄쩍 펄쩍 시원스레 뛰어 오를 때 마다
통 통 옆구리에 가죽 주머니도 덩달아 튄다.
사나운 엄마가 싸준 큼직한 인제라 빵은
아끼고 아꼈다가 배고플 때 먹어야지. 

칼날 같은 돌산, 높은 언덕 꼭대기는
건기 때 산양들이 풀을 뜯으러 오르는 식량 창고였으며
온 갖 맹수들을 피해 달아나는 곳이기도 했다. 
숲 속에서 홀로 수행을 하며 지내면서도
넓은 세상 다 가본 듯 뭐든지 알고 있는 비밀스러운 탐구자,
이상한 칼렙아저씨가 사는 데 이기도 했다.

(계속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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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6년 3월 11일 금요일

ShirO의 [커피동화] 1화. 칼디의 전설


ShirO의 [커피동화]
1화. 칼디의 전설
`안 그래도 말 안 듣던 산양들이 요즘엔 아예 미추어 버린듯하다.
도대체 이유가 뭘까?`

옛날 옛날 한 옛날 한 6세기경 즈음. 
에티오피아(Ethiopia)의 여느 깊은 산골짜기에.
한참 일할 나이 유년 14세의 또래보다 이상하리만큼 
하얗고 또한 신경질적인 목동 칼디(Kaldi)는 
오늘도 지독히도 말 안 듣는 산양 놈들을 끌고
풀 먹이러 올라와 한 마리라도 놓칠세라 끝없이 머릿수를 헤아리며
헤어날 수 없는 직업병, 
만성두통의 고통이 담긴 짜증 섞인 넋두리를 늘어놓는다.

`아니 저기 산양 님들 오늘따라 왜 이리 방방들 뜨시는지? 
숲 속에 짐승이라도 있는 거야?`

보통 때는 정말 끝없이 먹고 또 먹고 
잠깐잠깐 뛰놀 뿐이었던 양 떼들이
오늘따라 좀 더 심란하게 날뛰는 느낌이었다. 
이러면 하루종일 불안하단 말이다.

`카트 잎이라도 먹은 건가? 
아닌데 이 언덕은 특별히 먹으면 안 되는 건 없을 텐데..`

매의 눈을 가늘게 뜬 양치기가 주변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한다

`어라? 이건 무슨 나무지?`

아니나 다를까! 골칫덩이들이 구불구불한 잎과 
빨간 체리가 먹음직스러보지만!
어딘가 좀 많이 의심스러운 나무를 빙 둘러앉아서는 
잎과 열매를 열심히 씹고 뜯고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.

`안돼!!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무작정 먹지 말라고!!`

몸을 날려 귀하시고 멍청하신 몸, 
산양들을 하나하나 멀찌감치 떼어놓는다.
제임스, 인젤, 요한, 룰루, 루카.... 
오늘 난리 친 먹보들은 다 붙었구먼?

`이게 그렇게 맛있냐?`

왠지 엄마가 이 산 뒤로는 
먹지 말라고 했던 것 같긴 한데 (아주 잠시 고민)
그래도 체크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?

`낼름`

체리 한 개를 똑 따서 조심스레 입속으로 넣고 가만히 씹어본다.

`오호?`

꽤나 달달한 과육이 벗겨저 
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리고는 
안에 좀 딱딱한듯한 표피와 함께 씨앗도 느껴진다.
살짝 씹어먹어 보니 씁쓸하고 단맛, 
신맛이 떫은맛과 함께 느껴지는걸?

`먹을만하네그려!`



꽤나 긴 시간을 양들 틈에서 눈치를 보며 먹으니.... 
더 맛있네?? 냠냠 몇 개나 먹었을까?
주린 배도 좀 채워지고 
입 주변이 제법 달달하여 기분 좋아진 칼디는
흘겨보며 방방 뛰는 양들을 신나게 추슬러 집으로 향했다

그날 밤.....

`아아아 뭐지`

이상하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
밤새도록 심장이 아주 쿵쾅쿵쾅 뛰며 
눈이 말똥망똥 잠이 오지 않았다.

`아.. 이상한 걸 먹어서 그런가..?
정신이 아직도 말짱하고
참말로 잠이 아주 올 생각을 안 하네?
심장도 따끔따끔하고... 
아 벌레가 들어있는 건 아닐까.... ?`

새벽까지 잠을 못이룬 겁이 덜컥 나버린 칼디는
동쪽 언덕에 해가 밝자마자 엄마를 깨워 손을 잡고
동네 용하다는 치료사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답니다.

(다음화에 계속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