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6년 3월 11일 금요일

ShirO의 [커피동화] 1화. 칼디의 전설


ShirO의 [커피동화]
1화. 칼디의 전설
`안 그래도 말 안 듣던 산양들이 요즘엔 아예 미추어 버린듯하다.
도대체 이유가 뭘까?`

옛날 옛날 한 옛날 한 6세기경 즈음. 
에티오피아(Ethiopia)의 여느 깊은 산골짜기에.
한참 일할 나이 유년 14세의 또래보다 이상하리만큼 
하얗고 또한 신경질적인 목동 칼디(Kaldi)는 
오늘도 지독히도 말 안 듣는 산양 놈들을 끌고
풀 먹이러 올라와 한 마리라도 놓칠세라 끝없이 머릿수를 헤아리며
헤어날 수 없는 직업병, 
만성두통의 고통이 담긴 짜증 섞인 넋두리를 늘어놓는다.

`아니 저기 산양 님들 오늘따라 왜 이리 방방들 뜨시는지? 
숲 속에 짐승이라도 있는 거야?`

보통 때는 정말 끝없이 먹고 또 먹고 
잠깐잠깐 뛰놀 뿐이었던 양 떼들이
오늘따라 좀 더 심란하게 날뛰는 느낌이었다. 
이러면 하루종일 불안하단 말이다.

`카트 잎이라도 먹은 건가? 
아닌데 이 언덕은 특별히 먹으면 안 되는 건 없을 텐데..`

매의 눈을 가늘게 뜬 양치기가 주변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한다

`어라? 이건 무슨 나무지?`

아니나 다를까! 골칫덩이들이 구불구불한 잎과 
빨간 체리가 먹음직스러보지만!
어딘가 좀 많이 의심스러운 나무를 빙 둘러앉아서는 
잎과 열매를 열심히 씹고 뜯고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.

`안돼!!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무작정 먹지 말라고!!`

몸을 날려 귀하시고 멍청하신 몸, 
산양들을 하나하나 멀찌감치 떼어놓는다.
제임스, 인젤, 요한, 룰루, 루카.... 
오늘 난리 친 먹보들은 다 붙었구먼?

`이게 그렇게 맛있냐?`

왠지 엄마가 이 산 뒤로는 
먹지 말라고 했던 것 같긴 한데 (아주 잠시 고민)
그래도 체크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?

`낼름`

체리 한 개를 똑 따서 조심스레 입속으로 넣고 가만히 씹어본다.

`오호?`

꽤나 달달한 과육이 벗겨저 
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리고는 
안에 좀 딱딱한듯한 표피와 함께 씨앗도 느껴진다.
살짝 씹어먹어 보니 씁쓸하고 단맛, 
신맛이 떫은맛과 함께 느껴지는걸?

`먹을만하네그려!`



꽤나 긴 시간을 양들 틈에서 눈치를 보며 먹으니.... 
더 맛있네?? 냠냠 몇 개나 먹었을까?
주린 배도 좀 채워지고 
입 주변이 제법 달달하여 기분 좋아진 칼디는
흘겨보며 방방 뛰는 양들을 신나게 추슬러 집으로 향했다

그날 밤.....

`아아아 뭐지`

이상하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
밤새도록 심장이 아주 쿵쾅쿵쾅 뛰며 
눈이 말똥망똥 잠이 오지 않았다.

`아.. 이상한 걸 먹어서 그런가..?
정신이 아직도 말짱하고
참말로 잠이 아주 올 생각을 안 하네?
심장도 따끔따끔하고... 
아 벌레가 들어있는 건 아닐까.... ?`

새벽까지 잠을 못이룬 겁이 덜컥 나버린 칼디는
동쪽 언덕에 해가 밝자마자 엄마를 깨워 손을 잡고
동네 용하다는 치료사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답니다.

(다음화에 계속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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